드라마 "철인왕후" 소개
드라마 "철인왕후"는 한국에서 내부적으로 이슈가 많았던 드라마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이슈와는 무관하게 신혜선의 연기가 너무 재미있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를 소개하고 싶다. 그 동안 여자와 남자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꽤 있었다. 그러나 중전의 몸에 남자의 영혼이 들어간다라는 설정은 신박했다. 근데 들어간 남자가 하필이면 매우 남성적인 상남자로 이를 연기하는 신혜선 배우의 역할이 매우 큰 드라마이다. 신혜선 배우는 정말 여성스럽게 생긴 배우로 그 목소리나 외모까지 모두 여성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인물이 남자를, 그것도 상남자를 연기하는데 진짜 그 몸에 남자가 들어간것처럼 연기했다. 행동과 목소리 및 표정까지 완벽하게 남자처럼 연기하는데 그 점이 정말 신선했다. 그 동안 여성스럽다못해 억눌려져있는 중전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몸이 바뀐 현대 남자의 혼란스러움과 무모한 행동들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남자 주인공 또한 그 동안의 왕과는 많이 다르다. 신혜선이 어떤 당황스러운 행동을 해도 허허하고 넘긴다. 이 작품은 사극으로 보기보다는 사극의 배경을 따온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냥 재미로 즐기길 바란다. 재미로 보는 로맨스 SF드라마다 라고 본다면 이 작품은 정말 재미있었다.
명장면
거의 뭐 소용과 철종이 나오는 모든 장면이 나는 명장면이었다. 현대의 말을 사극에서 쓰겠다고 얼도당토하지 않는 한자성어로 표현하는 장면들이나, 대놓고 '노타치'라며 영어를 쓰는 배우들의 연기가 억척스럽고 웃겨서 재미있었다. 작품 내내 이런 점들만 강조했다면 식상했을 것이지만 이 작품이 끝까지 재미있었던 이유는 철종과 소용이 진정한 사랑을 하는 과정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철종과 소용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사이다. 철종에게 소용의 집안은 원수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이 둘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갈등과 솔직한 대화가 있어야 가능했을까? 그들이 갈등을 겪는데, 그 갈등이 이해가 되고 그들의 진솔한 대화도 납득이 되어 제대로 된 사랑을 하게 될 때 퓨전사극임에도 불구하고 그 줄거리에 몰입하여 보게 된 것 같다. 이 둘이 함께 나오지 않는 장면들도 명장면 투성이었다. 나는 특히 소용의 몸안에 요리사인 남자의 영혼이 들어가 그녀가 조선에 맞게 만들어 내는 현대의 음식들이 재미있었다. 버거를 만들어서 왕의 연회에 바치며 '맥두날두'라고 표현한다거나 의원의 대침을 빼았아 감자에 꽂아 휴게소에서 먹는 회오리 감자를 만들어 낸다거나 라면을 먹기 위해 면을 직접 튀기고 스프를 만드는 등 현대의 음식을 예전에 먹는다면 어떻게 표현했을 지를 사실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작품에서 명장면 중에서 음식 장면을 뺀다면 많은 장면들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그만큼 현대의 음식을 어떻게 조선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현대의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배달도 식가마로 표현하고, 피부에 바를 마스크팩을 미인막이라고 표현하며 지금의 우리에겐 평범한 재료인 우유가 그 당시에는 너무 귀해 왕밖에 못먹는 식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 써버린다던지 하는 행동들이 사극에 기대하던 내용의 한계를 깨버려 그 점이 웃겼다. 그 외에도 소용이 그 당시의 조선 여성이라면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그것도 왕앞에서 해벌릴때 너무 재미있었다. 소용은 철종에게 대놓고 비아냥거린다거나 왕의 책을 빼앗으려들고 반말한다. 물론 이것도 철종이 너무 정석대로의 왕이었다면 소용 혼자서 예의없는 상황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그러나 철종도 어딘가 나사하나가 빠진듯한 모습으로 표현해서 마치 꽁트를 찍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철종과 소용이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그 인물들의 이름을 쓰면서 사람들이 불편한점이 있었을 것 같다. 차라리 아예 가상의 왕으로 설정하고 철종의 배경만 각색해서 썼으면 아무런 논란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점이 있다. 한 때 이슈가 너무 심해 국내의 OTT에서 다시보기도 못했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즐기기로 한 나로서는 이런 작품이 나올 때는 역사적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아예 가상의 인물로 설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제인물
이 작품에서 철종은 실제 인물로, 물론 작품에서 처럼 그렇게 한심한 행동들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게 순탄치않는 삶을 산 인물임은 맞다. 철종은 강화도령이라고 불렸는데 그의 집안이 역모로 몰려 강화도에 유배가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왕으로 태어나지 않았고 필부처럼 농촌에서 농사꾼처럼 지내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조선의 왕실에 격변이 일어나면서 후계자가 필요하게 되고 많은 권신들에 의해 본인들이 잘 통제할 수 있을만한 어수룩한 인물을 찾게 된다. 그게 바로 철종이었다. 그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왕좌에 오르게 된다. 그렇게 왕이 된 만큼 그가 제대로 정치하는 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능력이 있었는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신하들의 세력이 너무 세서 그의 왕권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때 강성했던 사대부 집안은 바로 작품에서의 소용의 집안인 안동 김씨이다. 현대의 우리들도 알고 있을 만큼 '안동 김씨'의 세력은 막강했다. 그들은 수렴청정을 통해 세도정치를 하였고 그 때문에 그 시기의 백성들이 힘들게 살게 된다. 철종의 치세 내내 민란이 일어나고 삼정의 문란을 막지 못해 동학 사상이 민중에게 보급되는 등 격변의 시기였다. 이런 철종이 여색에 빠져 지낸 건 그의 자의도 있겠지만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그는 결국 병사했다. 이런 철종의 후대 왕이 바로 고종이다. 철종이 결국 후사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이 몰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왕권의 추락과 세도정치로 인해 민란이 일어나고 불안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에서는 안동 김씨 세력의 일원인 소용이 자신의 가문을 뒤로 하고 철종을 위해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후세의 사람들이 철종을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었다면 조선이 그렇게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넣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