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해어화(LOVE, LIES)" 줄거리
일제 강점기, 대성 권번은 조선과 일본의 고위층을 위해 예인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이 곳에는 대성 권번의 교장의 딸인 소율과 소율의 소꿉친구인 연희가 있다. 이 둘은 어릴 때 아버지의 노름값때문에 팔려온 연희를 소율이 챙겨주면서 서로 우정을 쌓게 되었다. 소율은 본인의 노력과 어머님의 가르침을 받아 정가를 잘 불렀다. 이 두 소녀들이 자라면서 조선에는 이난영 선생의 대중가요에 대해서 알게 된다. 소녀들은 엄격한 분위기에서 부르는 정가말고 대중들이 모두 같이 즐기며 부르는 대중가요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소녀들은 점점 자라 권번에서 정식 기녀로서 인정받게 된다. 그 둘은 손님을 술 접대하는 기녀가 아닌, 예인으로 인정받는 예술인으로 선택받게 되었다. 이렇게 권번에서 예인으로서 살아가던 소율에게는 어릴때부터 사랑하던 김윤우가 있다. 그는 소율과 언젠가 결혼하자는 말을 할만큼 꽤 깊은 연인사이었다. 소율은 김윤우를 자신의 친구인 연희에게 소개시켜주게 되고 그 둘은 서로 앙숙과 같이 굴었으나, 연희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작곡가로서의 김윤우는 자신의 곡이 소율이 아닌 연희에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맨 처음에는 뮤즈로서의 관심이었지만 점점 연희를 여자로서 생각하게 된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연희의 모습을 소율도 보게 되고, 소율은 김윤우가 연희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며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 일본인 장군 히라타의 집에서 소율이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그가 자신의 몸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거절하고 나오면서 상심에 빠진다. 한편 윤우는 연희에게 자신의 곡을 주며 음반 계약을 하자고 제안한다. 연희가 이런 사실을 소율에게 전하자 소율은 연우에게 자신이 연우의 뮤즈가 아니고 자신이 연우의 곡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슬퍼한다. 그런 소율을 연우가 달래주며 연희는 권번을 뛰쳐나가 본격적으로 가수로서 활동한다. 이 둘을 응원하기로 한 소율은 그들의 공연장에 찾아가 도시락을 전해주는 등 자신의 사랑과 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응원을 하던 소율이 어느날 갑자기 그들의 공연장에 들렀을 때 윤우가 연희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에 분노한 소율은 히라타를 찾아가서 그의 여자가 되고, 그의 권력을 이용해 윤우와 연희가 음반을 내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게 연희는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고 윤우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연희가 궁지에 몰려 소율에게 도움을 청하로 왔을 때 소율은 연희에게 위험한 술자리에 가서 노래할 것을 제안한다. 위험을 알 고 있었지만 노래가 하고 싶어 연희는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고 결국 일본군 장교가 본인을 공격하자 이를 제지하다 우발적으로 장교가 죽자 연희는 소율을 찾아 권번으로 도망을 간다. 그렇게 도망간 연희가 소율에게 분노하면서 이 세사람의 위험한 사랑과 우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마음을 졸이며 보게 되었다. 결국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모습에 누구를 탓해야 할지, 안타깝고 불쌍한 세 사람을 보며 그 당시 조선에서 살아간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안쓰럽게 여기게 되는 작품이었다.
감상포인트
주인공의 배신당한 슬픈 사랑과 슬픈 우정이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다. 그녀가 사랑에 배신당하고 우정에 배신당하는 걸 보면서 그때의 조선인들 모두가 일본과 일본의 앞잡이로 돌아선 동포들때문에 배신당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본인의 사랑과 우정에 배신당한 그녀는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본 장군을 이용하기 위해 본인의 몸을 허락한다. 그 과정에서 조선인으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자긍심과 본인을 사랑하던 마음까지 다 망가져버린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옛연인과 친구를 일본인의 힘을 이용하여 박해한다. 그 모습이 아이러니해보였다.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조국을 저버리는 행동에 대해서 오로지 비난을 해야한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녀의 모습이 처량해보여 마냥 비난하기 힘들었다. 어떤 사유로 인해 외세의 힘을 이용했던지 간에 그녀는 결국 역사의 응징을 받게 된다. 일본이 한국에서 철수하던 날, 일본 장군과 함께 몸을 섞었다는 이유로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본래 그녀가 권번에서 자신의 음악과 예술만 선보였다면 겪지 않아도 될 수모였다. 만약 작품의 시대 배경이 일제시대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조선시대였다면 본인의 복수를 일본이 아닌 조선의 다른 권세가의 힘을 이용해 행한 일이라면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선의 음악, 예술 그 자체이던 그녀를 배신한 그녀의 옛 연인과 친구가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나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나는 제 3자로서 영화를 보기 때문에 주인공이 당한 개인적인 배신보다는 조선의 독립에 큰 가치를 두고 주인공을 비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나를 배신한 연인과 친구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한다고 해서 그들을 응징하면 안된다고 생각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이 작품을 보느냐에 따라 주인공을 이해할 수 도 있고 비난할 수 도 있게 하는 작품이었고 이런 혼란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항상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이 여주인공 말고도 일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본인의 영달이나 본인 가족을 위해서 이용해야 할 세력이 일제라고 생각해 일본의 세력을 이용하는 일을 저질렀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조국을 배신하는 일을 일부분할 수 밖에 없었던 일반일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순간 본인을 지키고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일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저 시대의 인물들에 대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후손들이 본인의 영달을 위해 노력할 때 이런 수치심이나 딜레마를 느낄 필요가 없도록 본인을 희생해서 독립을 선물해준 조상들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끼며 이 영화를 시청했다.
대중가요의 역사
이 작품에서는 우리가 k-pop이라고 불릴만큼 발전시킨 우리의 대중가요의 첫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선의 고위층들은 "해어화"에 나오는 것 처럼 엄격하고 느릿느릿한 운율이 특징인 정악을 즐겨들었다. 그러나 이 음악은 매우 어린 시절부터 수련해야 하며 정적이고 그 기교에 대해서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음악적 지식이 있어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일반 조선의 백성들은 정악에 대해서 잘 알지도 잘 즐기지도 못했다. 당연히 대중들이 즐기던 노래는 따로 있었다. 극 중 일반 대중들이 대중가요를 알게 되던 시기 인기가 있던 노래는 '이난영' 선생의 대중가요들이었다. 이 작품에서도 연희가 불렀던 '사의 찬미'가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대중가요인데, 1926년에 발표된 윤심덕 선생의 노래이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태동하여 나오던 시기가 하필 억압되던 일제 강점기였기 때문에 많은 음악들이 소실되거나 일제의 검열에 걸려 많은 정보들을 알 수 가 없다. 우리의 대중 가요들은 축음기에 녹음되어 레코드판으로 유통되었으며 일제의 강압때문에 친일가요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일제에서 광복한 뒤에는 1950년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많은 대중음악들이 제작사나 작곡, 발표연도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 많았는데, 피난지였던 대구나 부산에서 대중음악들이 번성하면서 대중들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많은 역할을 했다. 이렇듯 한국의 대중 가요는 태동부터가 억눌린 외세로부터 민족적인 자긍심과 대중을 치유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그 뒤에 이어진 한국 전쟁에서도 대중들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발전해오던 대중 음악은 우리의 폐쇄적인 한국 사회구조(여러 독재정권)에서도 살아남고 현대의 아이돌이라는 개념은 90년대 후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90년대의 음악들은 아직도 회자될만큼 쟁쟁한 가수들이 많이 활동하던 시기다. 90년대의 대중음악은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과 민주화가 꽃피던 시기로 이전 시기보다 낭만적이고 밝은 분위기들의 곡이 많았다. 그 후 MPS가 시장에 나오면서 음반 시장이 축소되고 온라인 음반시장이 성횡하게 된다. 이런 시기를 거쳐 J-POP이 만연하던 시대에서 K-POP이 세계 시장에서 점점 각광을 받게 되었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음악에 대해서 배울 때 아리랑이나 판소리에 대해서만 알뿐 정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알게 된 정가는 그 나름대로의 고고함과 매력이 있는 장르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렇게 역사의 한켠으로 사라져 가는 정가에 대해서 아련함을 느끼면서 우리의 것에 대해 한번더 찾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아련한 한국의 정서에 관심이 있다면 정가를 부르던 여주인공의 창법을 활용하여 대중가요로 부른 ' 사랑 그 거즛말이'를 찾아 들어보길 바란다.